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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만삭의 배를 하고 땡볕 아래를 걷는 임신부처럼 안쓰러운 이도 없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 날에 부른 배와 산처럼 솟은 배를 안고 찌는 더위와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높은 습도, 게다가 각종 트러블과 싸우며 생활하느라 임신부는 어떤 계절보다 더 힘든 나날을 보내기 때문이다. 이에 출산예정일을 코앞에 두고 있는 만삭의 임신부가 주의해야 할 여름 트러블에 대한 대책을 알아보았다.
작년 8월 말에 아기를 출산한 독자 주현정(30세) 씨. 임신 8개월 즈음에 맞이한 여름, 주씨는 작년을 떠올리며 고역 그 자체였다고 말한다. 임신 초기에도 하지 않던 입덧으로 고생했는가 하면, 장마가 끝난 후에는 땀띠와 가려움증 때문에 잠 한숨 제대로 못 잤다. 주씨는 얼마나 힘들게 임신 기간을 보냈는지 다시는 배불러서 여름을 보내고 싶지 않다고 한다. 여름에 만삭의 임신기를 보낸 경험이 있는 엄마라면 둘째만큼은 여름을 피해서 임신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만큼 임신부에게 여름은 견디기 어려운 계절로 알려져 있다. 뜨거운 햇볕에 기미·주근깨가 생기기 십상이고, 땀띠 때문에 가려워 불면의 밤을 보내기 일쑤다. 게다가 임신부 역시 여름에는 다른 계절보다 활동량이 많아져 금세 지치고 피로해지기 쉽다. 여름에 특히 극성을 부리는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에 감염되기라도 하면 약을 먹기가 조심스러워 더 고생을 하게 된다.
이처럼 여름에는 임신부의 건강을 해치고, 활동을 제약하는 여러 요인들이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임신부 스스로가 건강한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각별히 유의하는 것이 좋다. 이에 여름철 임신부가 주의해야 할 임신 트러블에 대해 알아보고,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여름은 소화기가 고장 나는 계절?
을지병원 산부인과 박철홍 교수는 “여름에는 고온다습한 날씨와 각종 악취로 인해 입맛이 떨어지고, 심신이 무기력해지면서 입덧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무더운 날씨로 인해 임신부가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신경성대장증후군에 걸려 고생할 수도 있다.
여름에는 없던 입덧도 생기는 때 | 임신부를 힘들게 하는 골칫거리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입덧이다. 입덧은 대개 임신 6주경에 시작돼 임신 4개월까지 이어지는데, 특히 임신 2개월 전후에 증상이 가장 심해지는 특성이 있다. 문제는 여름엔 음식이 쉬 상하고 잦은 비로 집안 곳곳에 습기가 많아서 냄새에 민감한 임신부들에게 없던 입덧이 생기기도 한다는 점. 물론 입덧은 특별한 치료 없이 저절로 완화되기도 하지만, 구역질이 너무 심할 경우에는 물도 제대로 먹지 못해 가뜩이나 더운 여름철에 탈수를 일으킬 수도 있다. 또한 심하게 구토를 하면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식도나 위에 통증을 느끼게 되고, 음식이 몸에 받지 않아 아무것도 먹지 못하면 더 무기력한 여름을 보낼 수도 있다.
그런데 입덧 때문에 고생하는 많은 임신부들이 음식은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둬야 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으로, 입덧이 심할 때는 조금씩 자주 식사하고 오히려 까다롭게 음식을 먹어야 한다.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되도록 먹지 않고,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으며, 무엇보다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을 많이 섭취하면 입덧을 완화시킬 수 있는 것은 물론 여름에 발한으로 지치기 쉬운 체력을 회복할 수 있다.
복통·변비 등 신경성대장증후군으로 고생 | 신경성대장증후군은 구조적·생화학적인 검사에서는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복통·변비·설사 등의 반복적인 소화관 이상 증상을 갖는 질환이다. 가임기 여성에게 흔히 일어나며 임신과 함께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신경성대장증후군은 증상에 따라 크게 ‘변비형’과 ‘설사형’, ‘변비설사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러한 증상들이 지속되면 유산과 조산의 위험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신경성대장증후군은 말 그대로 신경이 예민한 경우 걸릴 가능성이 크므로, 임신부는 평소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식이섬유가 함유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찬 음식 때문에 급성장염에 걸리기도 | 임신부는 임신이 진행될수록 각종 소화장애를 겪게 되는데, 여름에는 찬 음식을 자주 먹거나 상한 음식을 먹어서 급성장염에 걸리기도 한다. 급성장염은 원인에 따라 감염성과 단순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감염성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해 일어나는 장염이고, 단순성은 너무 차거나 매운 음식을 많이 먹어서 일어나는 장염이다. 급성장염은 복통·설사·구토·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특히 설사를 자주 하면 탈수가 일어나고 장의 연동운동이 자궁에 자극을 주어 임신 초기의 산모들에게는 유산의 위험이 있다. 급성장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찬 음식을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유의하며, 되도록 따뜻하고 소화되기 쉬운 음식을 먹도록 한다.
가렵고 따가운 여름 피부 수난시대 임신부에게 나타나는 피부 트러블은 임신으로 인해 호르몬 분비에 변화가 생기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땀, 피지 등 분비물이 평소보다 많아지면서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덥고 뜨거운 여름에는 피부 분비물이 더 많이 생기면서 피부 트러블이 쉽게 일어나거나 심해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 여기에 땀띠, 습진과 같은 여름철 피부 질환까지 더해질 수 있으므로 특히 여름에는 피부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살 접히는 부위에는 땀띠가 기승 | 임신을 하면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 그런데 여름에는 더운 날씨로 인해 더 많은 땀을 흘리게 되고, 이때 많은 임신부들이 땀띠가 생겨 고생하기도 한다. 땀띠는 땀샘의 구멍이 막혀서 물집이 생기는 대표적인 여름 피부 질환. 여름이 되면 땀이 많이 분비되는데, 땀구멍이 막혀서 나가지 못해 한관(땀이 나가는 통로)이나 땀샘이 터져서 주위 조직으로 땀이 새어 부풀어오르는 것이다.
임신부의 경우 땀띠는 가슴, 목, 사타구니, 배 등 통풍이 잘 안 되고 살이 접히는 부위에 자주 생긴다. 땀띠는 처음에는 작고 투명한 흰 땀띠가 생겼다가 점차 염증을 일으키면서 붉은 땀띠로 변하게 된다. 흰 땀띠는 가렵지 않아 특별한 치료를 할 필요는 없지만, 붉은 땀띠일 경우에는 몹시 가렵고 따끔거리기 때문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피부가 가려워 긁게 되면 세균이 감염돼 땀띠 부위에 고름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한다.
따가운 햇볕에 기미·주근깨도 짙어져 | 피부에 멜라닌 색소가 증가해서 일어나는 과색소 침착은 임신부에게 흔하게 일어나는 피부 질환이다. 유두·유륜·겨드랑이·배 등 멜라닌 세포가 밀집된 부위에 나타나는데, 그 중에서도 여름에는 얼굴의 색소 침착인 기미·주근깨가 생기기 쉽다. 많은 임신부들이 임신 기간 중 생긴 기미·주근깨가 계속 남아 있지 않을까 걱정을 하는데, 대부분 출산 후에는 자연스럽게 없어지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기미·주근깨는 여름철 강한 햇볕에 피부가 자주 노출되면 더욱 빠르게 진행하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외출시 반드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모자를 쓰는 것이 좋다. 또한 기미·주근깨는 임신 기간 중 모체가 겪는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스트레스가 쌓이는 일이 있으면 휴식이나 운동 등으로 그때그때 풀어주는 것이 좋다.
임신성 소양증 심해져 불면의 밤을… | 임신을 하게 되면 가려움증이 증가되는데, 여름에는 땀과 더위로 인해 가려움증이 더욱 심해진다. 이처럼 임신과 관련해 생기는 가려움증을 임신성 소양증이라고 한다. 주로 임신 말기에 심해져서 전신에 가려움증을 느끼게 되고 심한 경우에는 피부가 벗겨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건조한 환절기에 심하지만, 피부를 깨끗하게 관리하지 못하면 여름에 더 심해질 수도 있다. 임신성 소양증은 피부가 심하게 건조하거나 호르몬 변화로 인해 더욱 심해지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 동안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한 다음 피부가 건조하지 않도록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준다. 가렵다고 긁어서는 안 되며, 소양증을 악화시키는 카페인이나 술, 탄산음료 등을 삼간다.
질 분비물이 많아져 불쾌한 나날들
여름에는 고온다습한 날씨로 인체에 해를 주는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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